사양, 다자이 오사무
★★★★★
2021. 06. 04
나는 확신하련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불에 타 죽는 고통. 괴로워도 괴롭다 단 한마디조차 외칠 수 없는 고래(古來)의 미증유, 세상이 생긴 이래 전례도 없고 바닥을 알 수 없는 지옥의 느낌을 속이지 마시라.
누나.
내겐 희망의 지반이 없습니다. 안녕.
결국 내 죽음은 자연사입니다. 사람은 사상만으로 죽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뜨거운 우동에서 올라오는 김에 얼굴을 묻고 후루룩 우동을 먹으며, 나는 지금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쓸쓸함의 극한을 맛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조숙한 척하면 사람들은 나를 조숙하다고 수군거렸다. 내가 게으름뱅이인 척하면 사람들은 나를 게으름뱅이라고 수군거렸다. 내가 소설을 못 쓰는 척하면 사람들은 나를 글 못 쓴다고 수군거렸다. 내가 거짓말쟁이인 척하면 사람들은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수군거렸다. 내가 부자인 척하면 사람들은 나를 부자라고 수군거렸다. 내가 냉담한 척하면 사람들은 나를 냉담한 녀석이라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괴로워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냈을 때, 사람들은 나를 괴로운 척한다고 수군거렸다.
자꾸만, 빗나간다.
난처한 여자. 그러나 이 문제로 가장 괴로워하는 점은 저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털끝만큼도 괴로워하지 않는 방관자가, 볼품없이 돛을 늘어뜨린 채 쉬면서 이 문제를 비판하는 건 난센스입니다. 제게 적당히 무슨 사상 같은 걸 갖다 붙이지 말아 주세요. 저는 사상이 없습니다. 저는 사상이나 철학을 앞세워 행동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인간은 모두 다 똑같다.
이 얼마나 비굴한 말인가요? 남을 업신여기는 동시에 자신마저 업신여기고, 아무런 자부심도 없이 모든 노력을 포기하게 만드는 말. 마르크시즘은 노동하는 자의 우위를 주장합니다. '다 똑같다.'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오직 유곽의 호객꾼만 그렇게 말합니다. "헤헤헤, 아무리 잘난 척해 봤자, 똑같은 인간 아닌가?"
어째서 똑같다고 하는가. '월등히 낫다.'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노예근성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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